본 글은 변화하는 '힙함' 속 숨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루와콘텐츠그룹 박소영

트렌드 시대의 생존 전략으로서의 ‘힙’
'힙스터스럽다' 라는 말을 줄인 ‘힙하다’는 말은 이제 일상 언어가 되었다. 단순 '힙하다'에서 끝나지 않고 다양한 문화와 덧붙인 새로운 단어도 지속적으로 탄생 중이다. Z세대를 중심으로 번져나간 로컬힙, 텍스트힙, 클래식힙은 그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이 세 가지는 서로 전혀 다른 분야를 다루는 듯하지만, 유사한 부분이 있다. 바로 ‘힙함’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태도이다.
힙의 본질은 ‘비주류’에 있다
Z세대가 말하는 ‘힙하다’는 흔히 말하는 ‘요즘 감성’이 아니다. 익숙하고 정제된 메인스트림보다, 비주류였던 것을 자기만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힙이 탄생한다. 지역 특산물과 시장이 로컬 힙이 되는 것도, 책을 읽는 행위가 텍스트 힙이 되는 것도,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 클래식 힙이 되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비주류이거나 잊힌 무언가’를 나만의 방식으로 즐기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재해석하는 행위. 그것이 요즘 ‘힙하다’의 의미라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어떤 ‘힙’이 존재했나?
로컬힙은 과거 고루하거나 낙후된 이미지로 여겨졌던 '지역'이 Z세대에게는 오히려 신선하고 개성 있는 요소로 소비되는 현상이다. 지역 특산물, 로컬 축제, 동네 브랜드 같은 것이 희소성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힙’한 콘텐츠가 된다. SNS와 연결되며 새로운 놀이문화이자 정체성 소비로 자리잡았다.
텍스트힙은 이미지와 영상 중심의 시대에 오히려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신선하고 멋지게 인식되는 흐름이다. 북스타그램, 책꾸(책 꾸미기), 독서 모임 등은 ‘지적인 자기 표현’이자 일종의 SNS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아이돌과 유명인의 추천이 힙한 독서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
클래식힙은 클래식 음악과 공연이 더 이상 ‘어른들의 고급문화’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는 트렌드를 말한다. 젊은 연주자의 활약, 콘텐츠화된 클래식 공연, 지역 한정 클래식 굿즈 등의 요소가 결합되며, 클래식은 이제 취향과 교양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탈바꿈했다. ‘오픈런’과 같은 키워드도 더 이상 아이돌 공연에만 쓰이지 않는다.



Z세대는 왜 ‘힙’을 선택했는가
콘텐츠, 브랜드, 마케팅을 기획하는 입장에서 이 질문은 전략적 가치를 갖는다. 왜 힙함은 Z세대의 상징이 되었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심리적 요인이 작동한다. 첫째, 무한 경쟁 사회에서 ‘취향’은 생존을 증명하는 도구다. 스펙이나 재력이 아닌 감각과 기호로 나를 설명하는 방식. 둘째, ‘자기만의 서사’를 만들고자 하는 욕망이다. 개성과 연대 사이를 오가는 이들은 힙이라는 코드를 통해 나와 세상을 연결짓는다.
로컬 브랜드에 열광하는 것도, 독립서점과 독서모임을 찾는 것도, 클래식 공연에 오픈런을 하는 것도 단순한 소비가 아니다. ‘나의 문화 자본’을 축적하고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때 힙은 다양한 정보와 문화가 즐비하는 시대에 나만의 정체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힙’을 잘 활용하려면
힙은 더 이상 유행의 한 갈래가 아니다. 힙을 어떻게 포착하고, 설계하고, 전달하느냐가 브랜드와 콘텐츠의 생존력을 결정한다. 이 흐름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1. 힙은 ‘포장’이 아니라 ‘맥락’에서 나온다
비주류를 표피적으로 차용한다고 해서 힙해지지 않는다. 로컬 굿즈에 지역 전화번호를 넣는 건 출발점일 뿐, 그 지역이 가진 정서와 커뮤니티 감각까지 설계에 담아야 한다. 힙은 결국 ‘왜 이걸 지금 이 맥락에서 보여주는가’에 대한 답이다.
2. ‘힙함’은 진정성보다는 ‘관계의 거리’로 판단된다
과시적인 브랜드 메시지보다는 소비자가 자신의 스토리로 엮을 수 있는 여백이 중요하다. 누가 힙한 게 아니라, 누가 힙하다고 ‘믿게 되었는가’가 결정적이다. 텍스트힙이 그렇다. 독서를 촉진하는 건 텍스트도 있겠지만 ‘북스타그램’과 ‘책꾸’ 같은 자기표현의 공간이 합쳐지면서 ‘힙함’이 더욱 길게 유지되고 있다.
3. 힙은 ‘소수자’의 것이 아니라 ‘능동자’의 것이다
과거엔 서브컬처였다면, 지금의 힙은 다르게 선택하고 움직이는 사람의 언어다. 클래식힙의 확산은 그 전형적인 예다. 클래식은 더 이상 엘리트 문화가 아니다. Z세대는 그것을 유쾌하게 비틀고, SNS로 재가공하며, 하나의 놀이 문화로 전환시켰다. 그 안에는 ‘시대를 능동적으로 즐기려는 태도’가 깔려 있다.

‘힙’은 태도이며 전략이다
힙은 시들지 않는다. 단지 그 형식만 바뀐다. 텍스트힙이든, 로컬힙이든, 클래식힙이든 결국 중요한 건 그 바탕에 흐르는 태도다. 힙은 시대의 문법을 읽고, 그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감각이다.
따라서 마케터, 브랜더, 기획자에게 지금 필요한 건, ‘힙함’이라는 감각을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이다. 힙은 트렌드가 아니라, 생존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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