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숏폼 드라마의 확산을 시작으로, 짧은 시간 안에 강한 몰입과 전환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콘텐츠 트렌드와 그에 따른 마케팅 전략의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루와콘텐츠그룹 모상우

초 단위로 웃고 우는 세상
스마트폰을 세로로 잡은 채 1분 안팎의 짧은 영상에 몰입하는 시청 패턴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단시간에 강렬한 임팩트를 주는 ‘숏폼 드라마’가 각광받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2024년 한 해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가 9조 6천억 원(약 504억 위안)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이다.
제작 속도 또한 기존 영상 산업의 고정 관념을 깨고 있다. 하루 평균 12편씩, 석 달이면 600편에 달하는 드라마가 완성될 정도로 빠른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2026년 전 세계 숏폼 드라마 시장 규모가 약 187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시장의 대응과 경쟁
한국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T는 스튜디오지니를 숏폼 전문 스튜디오로 개편해 AI 기반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고, 글로벌 플랫폼과 협업해 20여 편의 공동 제작을 논의 중이다. 왓챠는 ‘숏차’라는 전용 플랫폼을 론칭해 서울경제진흥원과 제작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TVING 또한 홈 화면에 ‘숏폼’ 탭을 신설해 오리지널 라인업을 예고했다.
크래프톤이 1200억 원을 투자한 비글루, 폭스미디어의 ‘탑릴스’ 등 스타트업도 세로형 드라마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해 서둘러 움직이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청자의 41.8%가 이미 숏폼을 가장 선호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시장의 폭발적 확장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1~3분 서사가 만드는 전환 기회
국내외로 숏폼 드라마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또 다른 이유는, 1~3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서도 높은 완주율과 전환율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로 화면에 최적화된 짧은 에피소드마다 갈등·반전·궁금증을 초 단위로 배치해 80% 이상의 완주율을 기록하며, 감정이 고조되는 지점에 브랜드나 제품·정책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면 시청자의 행동을 이끌어내기에도 효과적이다.
기존 TV 드라마와 달리 제작비가 크게 낮아, ‘파일럿 제작 → 시청 데이터 분석 → 스토리 수정’을 며칠 만에 여러 차례 반복할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이에 따라 단순 조회수가 아닌, 예를 들어 ‘3편 내에 행동(구매·클릭 등)으로 이어지는 비율’과 같은 초 단위 전환 지표가 새로운 성과 척도로 부상하고 있다.
윤리와 규제 그리고 속도의 줄타기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선정적 소재를 앞세운 콘텐츠가 늘어나자, 윤리적 문제와 규제 이슈도 부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숏폼 드라마를 별도 심의 대상으로 지정하고 특정 소재를 제한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는 시장 성장에 일시적 제동을 걸 수도 있지만, 오히려 ‘짧지만 의미 있는 서사’에 대한 수요를 한층 더 높일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 오랜 시간 쌓아온 감성·공감 스토리텔링 역량을 세로형 문법과 결합해, 자극성과 규제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 “숏폼 드라마는 업계를 구원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왼쪽부터 숏드라마 △언락러브 △청담국제고등학교 미술반 △썸머 인디고 캡처)
브랜드 마케터에게 던지는 질문
숏폼 드라마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스토리 소비 구조가 기존의 긴 호흡(수평)에서 초 단위(수직)로 넘어가는 전환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때 브랜드나 공공기관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크게 세 가지다.
- 60초 안에 이야기를 완결할 준비가 되었는가? 기존 영상을 단순히 60초 이하로 줄이는 것만으로는 몰입과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다. 캐릭터, 사건,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설계해 짧은 러닝타임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
- 데이터 피드백 속도와 내부 의사결정 구조는 숏폼의 리듬에 맞춰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가? 하루에도 여러 편씩 제작·배포하고, 이를 분석해 다음 날 바로 콘텐츠를 수정·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완주율, 댓글 감성, 전환율 같은 세부 지표를 문화로 체화해 빠른 성공과 실패를 수용하고, 다음 액션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 속도와 윤리를 동시에 붙잡을 수 있는가? 자극적인 콘텐츠를 지양하고 진정성 있는 스토리에 집중해야 브랜드 자산을 지키고 규제에도 대응할 수 있다. 특히 K-드라마 특유의 감성과 공감 코드를 세로형 문법에 잘 녹여낸다면, 짧은 순간에도 깊이 있는 설득을 유도하기에 충분하다.

추가 마케팅 전략과 시사점
숏폼 드라마는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협업이 용이하다.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와 함께 기획·제작한다면, 브랜드 메시지에 그들의 독창적인 색깔을 입혀 짧지만 강렬한 스토리를 구현할 수 있다. 그 결과 시청자층 확장과 자연스러운 바이럴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으며, 브랜드는 본질적인 메시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협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숏폼 드라마는 초 단위 서사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몰입도와 전환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새로운 마케팅 무대다. 영상 길이가 짧을수록 기획 단계에서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구성해야 하며, 실시간 데이터를 민첩하게 반영해 콘텐츠를 빠르게 보완해야 한다. 또한 자극성을 지양하고 진정성을 담아내는 기획이 뒷받침될 때, 60초 이내의 스토리로도 깊은 공감과 행동 유도를 이끌어낼 수 있다. 결국 숏폼 드라마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미래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전략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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